본문 바로가기

삶의근원찾기

말세에는 전쟁이 일어나게끔 되어 있지 않습니까?

말세에는 전쟁이 일어나게끔 되어 있지 않습니까?


  21세기 첫 전쟁은 미국에 의한 일방적인 공격으로 시작되었다. 혹자는 미국에 의한 이라크 침공을 이슬람과 기독교와의 문명충돌로 보기도 하지만, 기독교 문명권에 속한 많은 나라들이 이 침략에 반대하고 있고, 전쟁을 지원하는 나라들 또한 - 자세히 살펴보면 - 양식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라크 침공을 문명의 충돌로만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러한 이라크 침공을 미국의 이라크 석유 자원에 대한 영향력 독점과 그에 따른 중동 및 중앙아시아 에너지 물류권 장악의 차원에서 설명하기도 하고, 9·11테러 이후 예방전쟁의 차원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침공의 근원에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속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하면서 자신들과 다른 상대방을 항상 악으로 규정하여 이들을 정죄하고자 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기에 이들 근본주의자들에게는 언제나 다름은 틀린 것이고 악한 것이며, 정복의 대상일 뿐이다.

  결국 이러한 사고방식은 미국에 의한 이라크 침략에 맹신적 토대를 제공함으로써 중세 십자군(Crusade) 전쟁을 재현할 수 있게 하는데 그 일익을 담당하였다. 여기에는 이들 근본주의자들의 독선과 오만함이 깃들여 있다. 이는 분명 좌시할 수 없는 하나님의 숙제이자 세계의 숙제이기도 하다.

전쟁은 하나님께 속했다?


  이와 관련하여 새길교회의 한완상은 "아, 기독교인임이 부끄럽구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고, 나는 이 글을 진주YMCA 홈페이지(ymca.jinju.or.kr) 성서연구란에 퍼왔다. 더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 "아, 기독교인임이 부끄럽구나"에 덧글이 붙어 있었다. 

  "전쟁은 하나님께 속했다라는 성경구절도 모릅니까?
   부시의 맘을 요동하는 것도 하나님이고 그 전쟁을 주관하시는 분도 하나님입니다.
   정말로 당신이 진정한 신앙인이라고 생각을 하면 성경책 좀 보세요."

  이 덧글을 보면서 기독교인의 잘못된 맹신이 인간 삶의 기본 상식을 무너트리고 있음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누구에게 하소연 할 것인가?

  먼저 이 덧글을 분석해 보자.
  기독교회사 속에는 어거스틴의 3대 논쟁 중의 하나인 마니교와의 논쟁이 있다. 
  마니교는 이원론적인 세계관에 근거해서 이 세상을 선신과 악신에 의해 주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도식에 근거해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인간의 잘잘못과 관계없이 선한 일은 선신에 의해, 악한 일들은 악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논리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젊은 시절 마니교에 심취했던 어거스틴은 이러한 마니교의 주장을 반박하며, 인간의 죄성과 관계된 자유의지를 주장한다. 

  다시 덧글로 돌아가 보자.
  결국 이 덧글은 마니교의 논리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사는 오로지 하나님께서 주관하시기에 부시는 아무런 잘잘못이 없다?"

  그리고 이 덧글 속에는 근본주의의 성향 또한 은밀히 묻어 있다. 

   "전쟁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에 이 전쟁은 성전(聖戰)이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치기(稚氣)가 돌아 또 다른 질문을 던져 본다.
  말세에는 전쟁이 일어나게끔 되어 있지 않습니까?

  진주신문 2003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