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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0/동북아

협치를 통해 이루어가는 하천복원

협치를 통해 이루어가는 하천복원


  바쁜 여름 일정들을 정리하기가 무섭게 9월 6일부터 3일간 경남하천네트워크에서 주최하는 일본 북큐슈 하천 탐방에 참여해야 했다. 9월에도 큰 행사를 하나 앞두고 있어 일본 하천탐방을 위해 모이는 사전준비모임에는 얼굴 한번 내비치지 못하고 결국 경남하천네트워크의 일행들을 출발 당일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만나게 되었다.

  첫 만남의 어색함과 이른 아침이라는 두 상황이 “원죄”가 있는 나에게서 묘하게 오버랩 되는 가운데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인사를 나누며 2박 3일간의 일정을 숙지하고는 일행에 폐가 되지 않게 열심히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일본 후쿠오카 행 코비에 승선했다.

  일본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야마구치(Yamaguchi) 현 도요타(Toyota) 마을에 위치한 ‘반딧불이 기념관’(The Firefly Museum of Toyota Town)이었다.
  건물 자체가 반딧불이 모형을 본 따 만들어진 기념관에 들어서자 이곳에서 일하는 가와노(Kawano)씨를 비롯해 시모노세키시티대학의 미치모리(Michimori) 교수와 그 일행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인사와 함께 세미나실에서 우리 일행은 이들로부터 도요타 마을의 반딧불이 복원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 당시 과다한 농약 사용과 하천개발공사로 인해 반딧불이 개체가 현저하게 줄어들자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축제를 통해 반딧불이 보존의 중요성을 알려내면서 반딧불이 복원을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지금은 50여종의 반딧불이가 도요타 마을 근교에 서식하고 있으며, 매년 6월 반딧불이 축제가 시작되면 7천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에 하루 6만 여명의 외지인이 찾아온다고 한다. 어느덧 마을의 상징이 된 반딧불이의 복원과정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의 보이지 않는 땀방울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둘째 날 오전에는 무라사키(Murasaki) 강변에 위치한 기타큐슈(Kitakyushu) 물 환경관(Environmental Museum of Water) 견학과 무라사키강 보전회(We love Murasaki River / WLMR)와의 간담회가 있었다.
  인구 100만의 기타큐슈를 관통하고 있는 무라사키강(길이 19.8㎞)은 고쿠라성과 시청사, 그리고 리버워크와 이즈츠야 백화점과 같은 주요상권과 잘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운 도심하천이다. 
  하지만 1970년대만 하더라도 기타큐슈는 일본의 4대 공업지역의 하나로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가 도시 전체를 뒤덮을 만큼 오염된 도시였다고 한다. 무라사키강도 예외일 수 없었다. 상류에는 제지공장들의 난립으로 인해 폐수 유입 등에 따른 심각한 수질오염으로 그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민관이 함께 추진한 공해추방운동과 무라사키강을 중심으로 벌어진 하천정화운동이 80년대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지금은 기타큐슈를 환경도시로 자리매김하게끔 하였을 뿐만 아니라 무라사키강 또한 은어(Ayu)가 사는 깨끗한 도심하천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시당국과 주민들은 안전하고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사업인 “나의 마을, 나의 강”(My Town, My River) 사업의 일환으로 - 무라사키강의 수질개선 성과와 하천생태계 보전을 위해 - 총 164억 엔(시비 110억 엔, 민간투자 54억 엔)을 투입하여 지난 2000년 물 환경관을 완공하여 시민에게 개방하였다.

  물 환경관은 시민 갤러리, 무라사키강 생물소개 코너, 물 환경 전시 코너, 다목적 홀, 무라사키 강 이야기, 관리 데이터 존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채로운 점으로는 30여 년 전 무라사키강이 오염되었을 당시, 그 때의 물과 지금의 물을 비교 전시해 놓고 있다는 것과 무라사키강의 단면을 약 12인치 두께의 유리벽을 통해서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생태수족관이었다. 생태수족관에 대한 아이디어는 시민들이 제안한 450여개의 시민공모 작 중 당시 중학생이 생각해 낸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이야기를 무라사키강 보전회의 모리시타(Morishita) 운영위원장을 통해 들으면서 하천 정책 수립 시, 민관의 신뢰를 바탕으로 설득과 타협을 통한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하는 일본의 성숙한 행정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후쿠오카(Fukuoka) 현 노가타(Nogata)시의 온가강 수변관(Onga river waterside pavilion)이었다. 
  이곳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코보리(Kobori)씨를 통해 과거 석탄 운송을 위해 수로 역할을 담당하였던 온가강의 역사로부터 -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생태하천 복원을 위해 노력한 결과 - 은어가 돌아오고 반딧불이가 복원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여기서도 온가강 유역 주민들과 시행정의 헌신적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일본 북큐슈 하천 탐방은 산업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방치되어왔던 자연을 민관의 협치(Governance)를 통해 다시 복원해가는 아름다운 사례들을 목도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조금 앞선 일본의 환경시설을 무조건 벤치마킹하기 이전에 그 이면에 묻어 있는 “과정의 민주화”를 배워야 함을 깨닫는 귀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자신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꿈을 꾸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 협력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가을호 / 진주YMCA 소식지 꿈땅 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