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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세계스케치

고현항 매립은 최선의 대안일 수 없어

고현항 매립은 최선의 대안일 수 없어 



고현항 재개발 사업 시행전과 시행 후의 예시도

  2008년 6월, 거제시는 삼성중공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고현항 매립 재개발사업을 구상하여 지난 3월 국토해양부 항만재개발위원회에서 기본계획이 통과되었다. 이어 4월10일, 국토해양부장관은 '항만과장주변지역의개발및이용에관한법률'(이하 항만재개발법)에 근거하여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제1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으로 확정돼 있던 부산 북항 등 전국의 10개 항에다가 '고현항 재개발'을 추가 반영하는 고시(국토해양부고시 제2009-162호)를 했다.

  거제시청에서 열린 고현항 매립 재개발사업 시민설명회(3월 4일)에서 거제시는 친수공간 및 근린생활시설 등을 확충하는 한편 세계조선산업 메카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항만기능이 감소되고 노후화된 고현항을 매립하겠다고 밝히면서 총 소요비용 7000억 원을 공유수면 30만 628㎡를 제외한 매립면적 56만 8842㎡ 중 약 42%에 해당하는 24만 1754㎡를 분양해서 사업비로 조달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많은 시민들은 고현항 매립을 통해 교통 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우회도로가 건설된다는 것과 고현지역의 난개발로 말미암아 절대적으로 부족한 녹지공원이 조성된다는 이유로 매립에 긍정적인 생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공유수면매립법 2조 3항에 의하면 '매립'이란 공유수면에 토사·토석 기타의 물건을 인위적으로 투입하여 토지를 조성하는 것으로서 결국 매립 그 자체는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매립공사가 시행되면 그 과정에서 조류량, 해수교환율의 변화, 오염물질의 확산장애, 내륙수 유입장애에 의한 인근지역의 수위상승 등의 환경변화가 초래된다. 매립 후에도 지속적으로 오염부하량이 증가하고 오염물질 종류가 늘어나게 되어 해양생태계에 피해를 주게 된다.

  2007년 개정된 공유수면매립법 1조에서 공유수면의 환경친화적 매립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사실 매립을 하지 않는 것이 환경친화적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현항 매립 재개발사업 기본계획을 들여다보면서 꼭 매립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2006년 기준, 거제시의 주택보급률이 120%를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매립을 통해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야 하는지, 고현항 매립지와 직결된 고현천의 생태에 매립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고현천을 살리려는 방안은 무엇인지, 매립지에 분양될 상업시설로 기존 상권의 공동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등 많은 문제점에 대한 설명이 부재한 상태여서 고현항 매립과 관련된 시의 일방적인 행정에 우려를 표하는 시민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거제시민이 원하고 거제시의 건강한 발전을 모색하는 해법이 고현항 매립으로서만 가능한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거제시는 시류에 반하는 매립사업을 일방적으로 실시하기 이전에 구상단계에서부터 왜 고현항 매립을 해야만 하는지, 매립이 아닌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지역주민 공청회나 전문가 토론회 등을 실시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시킴으로써 정책결정과정의 민주화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더 나아가 거제시는 거제시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 속에서 고현 집중화 현상을 완화하려는 방안을 계획했어야 했고, 그러한 로드맵에 근거해서 고현항 재개발사업을 검토했어야 했다.

  그러나 거제시는 이러한 과정을 도외시한 채 전통적인 권위주의적 행정문화에 근거해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고현항 매립 재개발사업을 추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내년 2월 착공을 목표로 지난 2월에 환경영향평가에 들어간 상태다.
  분명 거제시에는 14번 국도 외에 우회도로가 필요하다. 특히 난개발 된 고현지역에는 시민의 휴식공간으로서 공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고현항 매립이 최선의 대안일 수는 없다.

2009. 5. 14. 경남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