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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세계스케치

대중교통은 '대충교통'이 아니다.

대중교통은 "대충교통'이 아니다.

 


한국형 저상버스 표준모델


  "버스를 타려면 집에서 한참 걸어나와야 하고, 버스를 기다려도 제때에 오질 않는다. 학수고대하던 버스가 와도 동작이 조금만 느리면 줄행랑 치듯 떠나기에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디 그뿐인가! 버스를 타도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는가 하면, 버스 안에 부착돼 있는 버스안내도의 경우, 타 버스 노선 안내도만이 몇 개씩 중첩돼 있어 알아보기도 힘들거니와 아예 부착도 되어 있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늘날 진주시 시내버스의 낙후된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는 시내버스 이용자의 푸념이다.
  진주YMCA가 2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주지역 시내버스 이용승객 10명 중 5명은 대기 시간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소요 시간에 대해서도 3명 이상이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급출발·급제동, 신호·법규 준수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 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운전자의 의식개선과 함께 배차시간 조정 등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 야 할 것으로 지적되었다. 

  1. 시내버스 이용자의 푸념 

  하지만 이러한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반목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첫째, 자가용 등 자동차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도로혼잡이 가중되고, 시내버스의 이용객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시내버스 업체는 소위 장사가 되는 황금노선의 유지 및 확보와 손실분에 대한 요금 인상에만 집착하면서 시내버스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셋째,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 또한 대중교통 수단이 확보되면 언제라도 시내버스 이용을 그만두고 다른 대체 수단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는 다시 승객감소로 나타나 운송수입금 감소를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버스산업의 환경이 지금보다 나아지리라는 어떠한 징표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지속적으로 시내버스 요금을 인상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먼저 버스노선의 합리적 조정을 통해 운영비용을 줄여야 한다. 현재 진주시 대부분의 시내버스가 비효율적으로 중앙로를 통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버스노선의 합리적 조정을 위해서는 일개 노선의 경영수지를 맞추려는 생각보다 버스노선체계 전체의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공동배차제를 실시하여야 한다. 진주시 또한 시내버스 운영체계를 합리화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져야 하며, 이를 실현시킬 행정력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노선의 조정은 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해도 기존 노선에 익숙해져 있는 시민들 중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노선을 일시에 전면적으로 개편하기보다는 구 노선을 유지한 채 몇 개의 서비스 수준이 높은 간선노선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점차 승객이 이 간선노선체계에 흡수됨에 따라 구 노선을 새 노선체계로 전화시켜 나가야 한다. 더불어 시내버스의 정시성(시간표 운행체계 정착)·통행속도·접근성·쾌적성·요금체계·편의성·친절도·안전성 등의 시민편익 증진방안이 종합적으로 계획되고 구체적으로 실현돼야 한다.

  둘째, 시내버스 업체의 수입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도시들이 시내 버스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업계는 부정확한 자료를 제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정기적인 심사 및 전자화폐 시스템의 조속한 도입을 통해 시내버스 업체의 수입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버스요금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2.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시내버스 이용자는 대개 ‘교통약자’다. 요금이 인상되어도 어쩔 수 없이 타야만 하고, 서비스 수준이 열악해도 대체교통수단을 선택할 여지가 적다. 그렇기에 시장기능에 전적으로 맡기기보다는 자가용 이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통약자인 이용자의 교통권 보장을 위하여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진주시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껏 시내버스 업체는 안이하게 운영되어 왔다. 대중교통은 ‘대충교통’으로 통하는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진주시 또한 시내버스 및 교통상황 전반에 대한 연구, 검토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진주의 교통체계에 대한 발전방향의 정립을 통해 대중교통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진주시는 지역사회의 공론화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며, 교통발전협의회의 기능을 더욱 확장하여 합리적 결정을 내리고 이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경남도민일보 2002년 10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