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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예술산책

미국 초기코미디 영화사 - 버스터 키튼을 중심으로

미국 초기코미니 영화사 - 버스터 키튼을 중심으로


미국 코미디 장르 변천 


  최초의 코미디 영화로 간주되는 뤼미에르의 <물뿌리는 사람 L'Arroseur arrosé>(1896) 이래로 코미디는 지금까지도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코미디는 시기별로 미국에서 몇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무성영화 시기를 주름잡던 맥 세네트(Mack Sennett),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 해럴드 로이드(Harold Lloyd) 등의 슬랩스틱(Slapstick) 코메디가 발성영화 - <재즈싱어 The Jazz Singer>(1927) - 의 등장과 함께 막을 내리고 1930년대 초반까지는 대사가 중요시되는 매 웨스트(Mae West)와 W. C. 필즈(W. C. Fields) 등의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 때의 코미디 영화는 성을 소재로 웃음을 자아내거나 신랄한 위트로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성을 해부하면서 공황기 미국사회의 억압을 드러내고 있다. 


Charles Chaplin & Buster Keaton & Harold Lloyd

  또한 1934년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It Happened One Night>의 대성공 이후 1940년대까지는 스크루볼 코미디(screwball comedy)[각주:1]가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되고, 전쟁 후 1950년대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다가 1960년대 들어 블랙 코미디가 등장하여 문명사회가 중요시하는 모든 가치를 풍자/조롱하게 된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Dr. Strangelove>(1964), <졸업 The Graduate> (1967), <매쉬 M.A.S.H>(1970) 등이 있다. 
  1970년대에는 각본/연기/감독을 동시에 겸한 세 사람 즉, 우디 앨런(Woody Allen)과 멜 브룩스(Mel Brooks), 그리고 엘레인 메이(Elaine May)가 지적이고 날카로운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다.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


  무성영화시대 코미디 장르의 최고 인기스타로는 당연히 찰리 채플린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또한 스타시스템을 확립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 인기있던 코미디 배우로는 찰리 채플린을 제외하고도 버스터 키튼, 해럴드 로이드(Harold Lloyd), 해리 랭든(Harry Langdon), 스탠 로렐(Stan Laurel), 그리고 올리버 하디(Oliver Hardy)를 꼽을 수 있다. 이 모든 배우들이 채플린의 그늘에 가려져 왔지만 그 중 버스터 키튼 만큼은 후대의 비평가들에 의해 그 업적이 재조명되면서 채플린을 능가하는 영어권 최고의 코미디언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Harry Langdon & Stan Laurel & Oliver Hardy

  키튼은 1895년 10월 4일 캔자스에서 태어났다. 가족은 버스터 키튼까지 3대가 모두 서커스 단원으로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키튼은 로스코 아버클(Roscoe Arbuckle, 일명 Fetty Arbuckle)에 의해 발탁되어 수많은 슬랩스틱 코미디에 단역으로 출연하게 된다.

  1923년 <제3시대 The Three Ages>로 감독 데뷔를 한 이래, 풍부한 무대경험과 곡예를 바탕으로 시대를 앞서간 키튼은 <우리의 환대 Our Hospitality>(1923)부터 <카메라맨 The Cameraman> (1928)에 이르기까지 7편의 영화를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1928년  MGM으로 이적한 후 1933년까지의 8편은 참패를 당했다고 한다. 결국 사운드의 도래 이후 MGM에서 해고되어 말년에는 윌리엄 와일러(Wiliam Wyler)의 <선셋 대로 Sunset Boulevard>(1950), 채플린의 <라임라이트 Limelight> (1952)에 얼굴을 내밀며 연명하다가 1967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장군 The General>(1926)외에도 <셜록 2세 Scherlock Jr.>(1924)와 <항해자 The Navigator>(1924)가 있다.


<장군> 1926년, 버스터 키튼


버스터 키튼의 스토리 공식과 시각적 스타일


  키튼의 영화는 대개 ‘젊은 건달’이 마침내 용기를 발휘하여 여인까지 얻게 되는 것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키튼의 전형적인 주인공은 처음에는 실수만 연발하는 풋나기에다가 무능력하기까지 한 인물이지만 끝내는 인내와 깨달음, 무엇보다도 행운을 통해 결국 사랑에서도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영화의 시작에서 어눌하고 우스꽝스러운 주인공을 통해 웃음을 얻게 되지만 나중 주인공이 자신이 꿈꾸던 바대로 꿈을 현실 속에 재현해 냄으로써 관객은 우스꽝스러운 감정에 대한 복수와 도전 의식을 지니게 된다.

  1923~28년 사이에 키튼이 주연 및 (공동)감독한 영화들 속에는 아주 놀라운 장면들이 가득 차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스꽝스러운 개그나 빠르게 전개되는 감정의 변화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또한 버스터 키튼은 고전적인 - 균형이 잘 짜인 - 구도의 대가였다. 그의 시각기법은 세련되고 우아하면서도 기능적이고 단순하고 또한 직접적이다. 그의 코미디는 본질상 공간적이며 그 유머는 키튼이 하나의 통일된 공간 내에 있는 사물들을 지배하는 - 또는 지배당하는 - 방식에서 비롯된다. 더불어 키튼은 조금의 공간도 낭비하지 않고 철두철미하게 코미디 영화 프레임을 짠다. 무작위적으로 찍혀진 쇼트조차도 대부분이 효과의 극대화를 겨냥한 예리한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채플린과 비교해 볼 때 채플린 영화에서의 카메라는 주로 무언의 배우얼굴과 몸의 움직임(판토마임)을 나타내기 위해 쓰인 반면, 키튼의 카메라는 특별한 움직임, 즉 시각적 효과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 사전적 의미로 스크루볼은 ‘이상야릇한, 기묘한, 엉뚱한’을 뜻한다. 스크루볼 코메디란 약간은 비정상적인 남녀 주인공이 만나 처음엔 여러 가지 차이로 인해 아웅다웅 싸우다가 끝에 가서는 화해, 결합하는 구조를 지닌 일련의 영화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크루볼 코메디의 주된 요소로는 경박한 유머, 독설에 가까운 대사, 빠른 속도감, 기괴한 인물들을 들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