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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근원찾기

자연, 그 품의 포근함

자연, 그 품의 포근함


  올 3월부터 부산시민이 되었습니다. 10여 년 만이네요.
  부산은 제게 고향이지만 지금은 참 낯선 곳이기도 합니다.
  고향이란 존재가 물리적 공간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인가 봅니다.
  오래된 기억들을 뒤적거려보면 거기에는 고향과 함께 정을 나누었던 지인들이 함께 묻어납니다.

  봄비가 봄의 내음을 다 앗아가기 전에 마을 뒷산을 올라가 봅니다. 
  이제서야 마을 뒷산이 부민산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출발한지 20분도 채 안되어 예쁜 길들이 나타납니다.

  이 길들은 누군지도 묻지 않고 봄에게로 저를 곧바로 안내해 줍니다.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하얗게 물든 봄의 정령들이 저를 쳐다보다 있습니다.  
  차츰 나이가 들어서인지 자연과 접할 때면 늘 고향의 따뜻함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 쉬었다 가라고 떡~ 하니 벤치 하나가 놓여져 있습니다.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할머니께서 이곳에 함께 오셨더라면 분명 저 자리에 잠시 몸을 의지했을텐데 말이죠.
  다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봅니다.
  어느새 새하얀 봄의 기운이 저를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랬다더군요.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자연을 벗어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인간인가 봅니다.
  잠깐이나마 자연의 포근함 속에서 영원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