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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1~/동남아

사회주의 체제 속에 묻어나는 자본주의의 병폐


  2011년 9월 29일(목)
  많이 피곤했는지 눈을 뜨니 벌써 아침이다. 배 위로 올라와 잔잔한 바다와 하롱베이의 섬들을 바라보는데, 문득 너무 편하게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때문인가 생각하며 혼자 바다를 바라보고 웃음지어 본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일행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도 함께 하루를 같이 지냈다고 어느새 친해져 한국에 대한 이야기, 인도네시아 그룹인 모카(Mocca)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이미 들렸던 캄보디아 씨엠립(Siemreap)에 대한 정보들까지 여러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다보니 어느새 배는 하롱시에 도착했다. 

  하롱시에 있는 중국식당에서 다함께 점심을 먹고는 어제 타고 온 16인승 벤츠에 다시 올라타 하노이로 향한다. 모두들 피곤했는지 차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뜨니 벌써 하노이다. 엊그제 머무른 숙소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다른 숙소를 경험해 보자는 합의에 의해 항박거리(Hang Bac) 주위에 있는 삼성 호텔인 Hanoi Manor 호텔(http://www.hanoimanorhotel.com)에 짐을 풀었다. 트리풀룸을 사용키로 하고 25달러를 줬는데 시설이 괜찮다.(조식 포함)
  무늬만 호텔인 호스텔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모두들 나름 숙소에 대한 흡족한 마음을 안고 호안 끼엠(Hoan Kiem) 호수 주위로 향하다가 『100배 즐기기』책을 참조해서 69 Bar Restaurant으로 들어갔다. 책의 설명과는 달리 1인당 식사비용은 약 100,000동 정도 소요되었다.(약 5$) 소고기볶은국수, 해물볶은국수, 해물볶은밥 등 우리가 선택한 모든 음식이 입맛에 맞았지만 역시 2% 부족한 느낌은 김치 때문이었으리라. 
  저녁을 먹고 다시 호수 주위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용수가 엊그제 호안 끼엠 호수 주위에서 롯데리아를 보았다고 한다. '설마...' 하는 생각에 락종이와 함께 롯데리아가 아니면 저녁 대용으로 맛난 것을 사 주기로 약속하고 호안 끼엠 호수 주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두 하루 묶은 곳이라 그런지 엊그제와는 달리 지도도 없이 잘 찾아간다. 결국 롯데리아가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용수를 위해 롯데리아에서 나오는 몇가지 간식거리를 사서 함께 먹고는 하노이로 돌아오다가 봤던 Civalize라는 클럽으로 향했다. 

  요란한 소리를 뚫고 들어가 자리를 잡으니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온다. 양주가 한국 돈으로 십몇만원씩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관광객은 아무도 없고 모두가 베트남인들이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양주를 시켜 마시면서 춤을 추고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처음 온 우리와는 달리 너무나 익숙한 행동으로 말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또 다른 단면이라고나 할까? 살짝 놀라긴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우리는 간단하게 맥주로 양주를 대신한다. 한 병당 6달러가 넘는 코로나 3병이 친절하게 교육받은 종원업의 손길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진다. 오래 있을 곳은 아니다 싶어 그들만의 분위기를 잠깐 느껴보고는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돌린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목욕탕 의자’ 같은 것에 앉아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베트남 현지인들의 모습과 클럽에서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더욱 인간과 괴리되어가는 자본주의와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서 자본주의화를 받아들인 나라들의 아픔이 살짝 나를 묶어둔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모습이 '성장통의 과정'이라고 넘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내일 태풍이 불어오려고 그러는지 바람이 조금씩 거칠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