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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세계스케치

실손의료보험의 이면을 통해 바라본 한국의료보험의 현실

실손의료보험의 이면을 통해 바라본 한국의료보험의 현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민 1인당 평균 생애의료비는 약 1억원이라고 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65세 이상의 노인층에서 생애의료비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국의료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10.1%가 2010년 한 해 동안 입원을 한 경험이 있으며, 이들은 - 건강보험 보장이 되는 항목을 제외한 - 순수 본인부담금으로 평균 805,425원을 썼다고 한다.

  무상의료 제도화가 요원한 우리들에게 있어 실제 지출된 의료비(비급여 포함)를 보장해 주는 실손의료보험상품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생활의 필수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가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보도자료(2012. 8.30)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신규가입자가 매년 300만명을 넘어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2012년 4월 기준, 가입자의 수가 3,00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유사보험 포함) 

  그러나 대부분의 실손의료보험상품들의 신규가입은 60세까지로 제한되어 있다. 왜냐하면 65세 이상에서 질병 발병률이 현저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기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3,000만 명의 대부분이 질병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 층이라 뜻이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김종명 팀장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매월 평균 5만원에서 7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가입자들 대부분이 5만원에서 7만원 정도를 만기일까지 매월 납입하면 평생 동안 실제 지출된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오판하는데서부터 발생한다. 분명한 것은 젊었을 때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이 우리의 노후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상품의 약관을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본다면 만기까지 보험료는 지속적으로 갱신하게끔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젊었을 때 실손의료보험삼품에 가입한 자라도 상품의 지속적인 갱신으로 인해 - 3년마다 20% 증가 가정시 - 80세가 되면 보험료로 매월 60만 원 정도를 지속적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한다.(2012년도의 경우 무려 60% 가량 증가) 어쨌든 지금 기준으로 단순 계산을 해 볼 때,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3,000만명이 매월 평균 5만원씩 12개월 동안 납입하고 있다면 연간 18조라는 천문학적 돈이 민간영리보험사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폭리"다.

  2012년 한 해 동안 국민 의료비로 국민건강보험에서 약 40조(보장률 약 62%)를 지출했고 간병서비스 등의 비급여를 포함해서 국민들은 본인부담으로 약 25조를 부담했다. 이는 곧 국민건강보험 재정으로 연간 25조만 더 확보할 수 있다면 무상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실손의료보험이라는 명목으로 민간의료보험시장으로 흘러들어간 18조에다가 기타 민간의료보험료로 국민들이 내고 있는 비용을 국민건강보험료로 돌린다면 무상의료는 꿈이 아닌 실현가능한 현실이 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어떠한 질병에 걸리든 본인 부담으로 연간 100만원까지만 납입하게 하는 ‘100만원 상한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13조의 재원이 더 소요되는데 - 국민 부담 약 6조6천억, 사업주 약 4조, 나머지는 국고지원금 - 기존의 국민건강보험료 외에 국민 1인당 매월 11,000원씩만 더 부담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가구당 매월 평균 10만원이 넘는 돈을 민간의료보험에 납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게다가 매월 11,000원이라는 금액도 국민 평균으로 나누었을 때의 비용이지, 실질적으로는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현재 납입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료에서 30%씩을 더 납입하면 가능한 것이어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것도 아니다.

  의료비는 물론이거니와 입원을 하면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소득 감소분까지도 ‘상병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는 유럽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시행하는 것은 정치권의 의지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1%의 소수 재벌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정치권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100만원 상한제’ 시행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분명 국민에게 이득이 되지만 당장 사업주 부담금으로 4조 내외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재벌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탐탁지 않은 카드인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건강보험보장이 낮을수록 국민들은 민간의료시장에 의지하게 될 것이고,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 되면 이는 곧 민간영리보험사를 운영하고 있는 재벌들의 이윤으로 귀결되기에 이들이 ‘100만원 상한제’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건강은 이윤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매년 1,000만 원 이상을 민간의료보험에 쏟아 부어야 하는 미국과 같은 '야만적인 사회'가 되어서야 문제의 중요성을 인지할 것인가?

대전광역시 소비자소식 2013년 봄호에 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