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평넓히기

스웨덴의 지속가능도시, 말뫼의 성공요인


- 스웨덴의 25개 주 중 서남쪽 최남단인 스코네(Skåne) 주에 위치한 항구도시 : 서울의 1/4인 158.4㎢, 인구 31만명, 1658년 로스킬데(Roskilde) 협약 이전에는 덴마크 영토였음

- 역사적으로 말뫼는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무역길드동맹인 한자동맹의 일원으로 북해지역의 대표적 무역항으로 번성, 19세기 근대화 시기에는 스웨덴의 제3의 산업도시로 성장 (말뫼시는 18세기에 섬유, 신발, 양모, 가죽, 담배, 벽돌 등의 제조업종을 중심으로 초기 산업화가 추진되었으며, 19세기 들어 엔지니어, 봉제, 식품 등의 제조업종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됨으로써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가장 앞장서 산업화가 이뤄진 도시로 평가받음)

- 말뫼시의 제조업을 대표하는 코쿰스 기계작업장(Kochums Mechanical Workshop)은 코쿰스 일가에 의해 1840년 설립, 초기에는 기관차를 생산하다가 1870년부터 선박을 건조하기 시작, 1952~53년에는 세계 최대의 건조 실적을 기록하는 등 1970년대 초반까지 말뫼시의 주력 기업으로 자리매김

- 하지만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로 세계 조선경기가 급속히 침체되는 등 코쿰스 조선소도 자생력을 잃게 되자, 스웨덴 중앙정부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1979년 코쿰스 조선소의 모든 자산과 산업을 국유화시킴, 중앙정부가 4조8,773억을 지원하였지만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1986년 말에 부도처리 (스웨덴 정부는 대량실업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조선소 부지를 Saab 자동차에 1크로네에 넘기면서 1989년 자동차 공장을 유치했지만 만 3년을 넘기지 못하고 1992년 GM에 인수되면서 폐쇄) ➛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 초반까지 제조업 취업자 수가 3만여 명 감소 (조선업계 2.8만 명 포함), 제조업의 근거지였던 말뫼시의 일자리가 25% 이상 사라짐

- 설상가상으로 1990년대 해외 난민(이라크, 이란, 레바논, 유고슬라비아, 소말리아 등)의 대거 이주가 이뤄지면서 1993~95년에는 말뫼시의 실업률이 15~16%로 급상승 (난민들이 주로 모여 사는 주거지역에는 고실업, 사회고립, 도시빈곤, 범죄 및 지역갈등 등의 문제들이 집중 발생) ➛ 기존의 제조업 기반 붕괴 + 해외 난민 급증 = 낮은 고용률, 높은 실업률, 빈곤가구 증가 ➛ 말뫼시의 재정 파탄으로 이어짐

- 급기야 2002년 9월 25일, 코쿰스 조선소의 초대형 크레인(높이 130m)이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림(Tears of Malmö) :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크레인이던 코쿰스 조선소 크레인(1973년)은 2002년 현대중공업에 인수된 후, 6개월간 해체작업이 이뤄졌고 울산으로 40일간 수송된 다음, 다시 6개월간의 조립작업을 거쳐 ‘골리앗 크레인’으로 명명되어 재가동됨. 현대중공원은 이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인수하였지만 해체부터 수송과 조립에 이르기까지 총 2,220억 원이 소요

- 1994년 말뫼시의 신임 시장이자 시 집행위원회 의장으로 일마르 리팔루(Ilmar Reepalu) 사민당 대표가 당선, 보수-자유당의 대표인 퍼시 리드호름(Percy Liedholm)을 부시장으로 선임하여 야당과의 연정체제를 실시 (정치-사회적 공감대 형성), 1995년 2월에는 여야합동으로 ‘말뫼시가 재정파탄의 위기 상황에 놓였다’는 공동서한을 중앙의회에 보내 정부의 정책지원을 요청

- 각 분야 전문가들과 시민 대표를 중심으로 테스크포스를 구성하여 ‘말뫼가 어떤 이미지의 도시였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토론 : 비전 작업(Work of Visions)

일마르 리팔루 : “말뫼시는 당시 스웨덴에서 실업자의 도시, 쇠락한 회색 도시의 이미지였고, 실업률은 22%까지 치솟았다. 그런 절망을 경험했기 때문에 ‘혁신 전환’을 해 보자고 주장했을 때 설득력이 있었고 노동조합을 비롯해서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 리우환경회의(1992년) 직후였기에 청년 세대의 높은 지지를 받아 ‘친환경 도시’라는 비전을 채택하여 ‘Malmö 2000’이라는 종합계획을 공식 발표 ➛ ‘2020년까지 지속가능발전 측면에서 최고의 도시를 만든다’는 중장기적 목표 아래, 기존의 ‘전통 제조업과의 이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 IT, 바이오 등 첨단 산업 중심의 지식도시(Knowledge City)로 전환한다는 비전 수립 ➛ 리팔루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19년 간 탈산업적(post-industrial) 지역혁신을 일관되게 추진 : 때마침 재정흑자지역으로부터 조세를 걷어 고실업-저학력-사회문제 다발의 취약지역에 재정투입을 늘려 지원할 수 있는 조세균등화시스템(tax equalization system)이 1995년에 도입, 말뫼시는 중앙정부로부터 매년 1억 유로의 재정지원을 받아 산업재편과 지역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음

 

서부항만지역의 신도시(Bo01) 건설

- 1996년에 Västra Hamnen(서부 항만지역)에 ‘생태적 지속가능한 정보-복지의 미래도시(City of Tomorrow in the Ecologically Information and Welfare Society)’를 건설하는 Bo01 프로젝트가 추진 : 'Bo'는 스웨덴어로 '거주하다', '살다'라는 의미

- Bo01 프로젝트는 과거 조선소 부지였던 30헥타르를 말뫼시가 약 360억 원에 인수하여 이곳에 친환경 주거단지와 사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교육, 연구, 소비, 주거, 문화, 여가 등에 있어 매력적인 거주환경을 만들어 첨단산업의 지식인재와 예비사업가들을 유인하려는 정책 목표를 담고 있음

- 20여 개의 개발업체와 30개가 넘는 건축회사가 참여 (EU와 스웨덴 정부가 약 6조 원을 지원)

- 2001년에 Västra Hamnen의 신도시가 완공됨에 따라 이 구역에 1,600가구가 거주하게 되었으며, 300여 개 기업이 입주하여 6,500명 이상이 취업 ➛ Bo01프로젝트를 성공적 완수 (말뫼시가 지속가능한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결정적인 기여)

Västra Hamnen(서부 항만지역) © MUNICIPAL

- 말뫼시는 2002년에 중앙정부로부터 약 359억 원을 지원받아 조선소 부지를 추가로 구입, Västra Hamnen에 청정에너지 친환경 뉴타운을 연이어 개발한다는 취지의 ‘Local Agenda 21’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또다시 약 574억 원을 지원받아 2003년부터 서쪽의 Dockan, 남쪽의 Varvstaden, 중앙의 Masthusen, 북쪽의 Bo02(Flaggskeppet 구역)와 Bo03(Fullriggaren 구역) 등으로 뉴타운을 확장 : 스웨덴 정부는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채택된 Global Agenda 21에 발맞춰 100% 에너지 자립 도시재생을 위해 약 1조340억 원을 투입

- 2005년에는 말뫼시의 랜드마크이자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 완공 : 스페인 건축의 거장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설계한 터닝 토르소는 높이 190m의 54층의 건물로 147개 가구의 아파트와 컨퍼런스회의장 등의 사무공간으로 구성

Malmö, Västra Hamnen 전경 © KTCHNrebel

- 말뫼시의 Västra Hamnen 신도시는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었으며, 2009년에는 스웨덴 정부로부터 유럽 신재생에너지 활용의 우수 사례로 지정되기도 함

- 2009년부터는 말뫼시의 외곽지역인 Hyllie 구역을 202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신도시로 개발하려는 일명 ‘Smart City & Green Field’ 프로젝트를 민관 파트너십 방식으로 추진 중

 

말뫼대학 설립

- 이미 말뫼에서 16㎞ 떨어진 거리에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룬드(Lund) 대학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말뫼에 대학이 필요하냐는 시선이 강했음

- 말뫼 대학의 설립 목적은 ‘Malmö 2000’의 목표와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첨단 산업 연구를 위한 연구진을 구축하는 것과 더불어 시민들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일하면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 : 말뫼 대학 건물이 중앙역 바로 옆, 말뫼시에서 가장 교통이 편리한 곳에 세워짐

- 1998년에 설립된 말뫼 대학은 저학력의 이주민 자녀들에 대한 교육수준 향상 및 인근 지역으로부터 청년들의 유입 촉진 ➛ 지역 연구센터로 자리매김하여 시 차원의 산학연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데 지원하는 Growth Malmö 프로젝트를 수행,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사회혁신의 토론의 장 및 살아있는 실습 공간(Living Labs)의 역할을 담당 ➛ 생명과학, 재생에너지, IT 등의 분야가 탄탄하게 채워졌고 이런 연구 환경은 말뫼에 첨단 산업들이 들어오고 새로 만들어지는 기반이 됨

일마르 리팔루 : “어떤 산업이 유망한가 하는 토론은 가장 피해야 할 종류다. 누구도 그 답을 알 수 없다. 말뫼시가 한 노력은 사람들, 특히 젊은 청년들이 계속해서 공부하고 일하고 살아가기에 좋은 도시를 만들려고 한 것뿐이다. ‘외레순드 대교’ 건설, 말뫼 대학 설립 등도 모두 그런 목표를 위한 사업이었다. 그밖에는 시민들의 생활안정 지원과 도시 정비에 집중했다. 그렇게 하자 청년들이 몰려왔고, 그들이 일하고 싶은 산업을 이 도시로 가져왔다. 그 결과 (구)조선소 부지에는 예전 조선소 노동자들의 수보다 1.5배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외레순드 대교(Öresund Bridge)

-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과는 외레순드(Öresund)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음 ➛ 외레순드 지역에 약 360만 명이 거주 :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 최초 외레순드 대교 건설 구상은 1975년에 결정되었지만 오일쇼크와 경제위기의 여파로 덴마크에서 전격 보류 ➛ 경제위기와 연안도시들의 몰락으로 인해 대교 건설에 더 적극적이던 스웨덴이 1980년대 중반에 다시 제안 ➛ 1991년에 양국 정부가 외레순드 해협 연결에 합의 ➛ 1993년 외레순드 위원회(양국에서 각각 18명씩)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추진(당시 건설비로 약 2조원이 투입, 덴마크와 스웨덴 정부가 각각 50%씩 공동 부담) ➛ 2000년 7월 코펜하겐과 말뫼를 잇는 7,845m의 외레순드 대교(Öresund bridge) 개통 : 두 도시 간의 통행이 40분대로 단축되면서 단일 경제권 형성

- 코펜하겐은 인구증가와 물가상승으로 인해 저렴한 주택공급이 필요한 상황, 말뫼는 조선업 쇠퇴 이후 일자리 공급이 절실한 상황 : 말뫼의 집값이 30% 정도 저렴하여 코펜하겐 시민들은 거주지를 말뫼로 이전하여 출퇴근하였고, 말뫼 시민들은 일자리를 코펜하겐에서 얻음으로써 외레순드 대교의 통행량 급증 (개통 전 1일 3천 명 ➛ 개통 후 2만 명으로 증가, 2030년까지 30년 동안 요금징수를 통해 건설비를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2016년에 이미 100% 회수 완료)

Øresund Bridge, © Wikipedia

- 외레순드의 비전과 전략은 국경을 넘는 다리를 통해 규모와 이동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 : 초국경 교량을 통한 산업, 지식, 노동 이동의 증대를 통해 생산성 증대와 인구유입 및 노동력 증가를 유발 ➛ 이를 다시 광역시장의 성장과 기업입지의 유인으로 사용하는 방식

- 외레순드의 4대 핵심우선과제 : 교육과 혁신, 문화와 여가, 매력적이고 응집력 높은 노동시장, 접근성과 이동성 (상호공동의제 : 외레순드 도시들의 매력과 접근성, 기후변화와 환경, 시민의 삶과 건강)

- 외레순드 대교를 근간으로 말뫼는 교육⋅연구 분야의 인적⋅기술⋅기업 네트워킹과 대규모 친환경 도시재개발사업을 활발히 진행시켜 스웨덴 전체 GDP의 26%를 차지하는 북유럽의 대표적인 BT 산업(Biotechnology Industry) 클러스터 지역으로 발전

일마르 리팔루 : “어떤 산업을 끌어올지 고민하지 말라. 젊은 세대가 몰려와서 공부하고 일하고 잘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라. 젊은이들이 무엇이건 실험하고 시도할 수 있는 ‘시험대’(testbed)로 도시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시민들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 시민들이 ‘우리가 이 변화의 주체’라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그럴 때 시민들에게 자부심이 생기며 그것이 바로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이 된다.”

말뫼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요인

참고문헌

김상조 외(2006), “말뫼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알미르의 청정도시 프로그램”, 『국토』, 296호.

김종민⋅김재진(2013), 『말뫼의 눈물 그리고 강원도』, 강원발전연구원.

우양호(2013), “해항도시간 국경을 초월한 통합의 성공조건: 북유럽 외레순드의 사례”, 『도시행정학보』, 제26집 제3호.

우양호 외(2018), “지역협력과 공생을 향한 해항도시 네트워크: 아시아와 유럽의 성공모델 비교”, 『지방정부연구』, 제21권 제4호.

이규용 외(2016), 『고용위기 지역의 지역고용전략 해외사례연구』, 한국노동연구원.

황세원 외(2019), 『제조업 도시들이 흔들린다: 지역별 고용위기 시그널과 위기 대응 모델』, LAB2050.

 

(이 글은 2019년 9월 10일 군포시의원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 내용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