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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1~/동북아

와~ 대마도, 아~ 거제도


  2011년 11월 21일(월)
  두세 시간 살짝 눈을 붙이고는 오전 8시 경에 집을 나섰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기에 대중교통보다는 나의 두 다리에 의지해 부산국제여객터미널로 향했다. 날씨가 꽤 차다. 30분 정도 걸어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해서는 2층으로 올라가 출국수속을 밟는다. 

  유류대 8,000원, 부두이용료 3,200원을 더 내고는 승선권을 받아들고 검색대를 통과해 면세점으로 향했다. 발렌타인 30년산이 특가로 210$ 밖에 하질 않는다. 안내방송에서 대마도(對馬島) 행 코비호에 승선 하실 분들은 조속히 승선해 달란다. 월요일인데도 배 안에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코비호 취항 기념 특가 때문인가 보다. 나는 동생이 배편과 숙박편을 예매해 줘서 얼만지도 모르고 대마도행 배에 올랐다.(영삼아, 고마워...)
  배 안에도 간이면세점이 있는데 여기선 발렌타인 30년산이 11월말까지 특가로 22만원이다. 용수에게 전화를 했더니 하나 사 오란다. 카드로 30년산을 하나 구입하고는 내일 부산으로 돌아오는 편에 받기로 했다. 

  출발 30분 정도가 지나자 오른편으로 대마도가 서서히 자태를 들어낸다. 약간은 싸늘하기도 한 날씨지만 너무나도 화창한 가을이다.
  오전 9시20분에 출발했던 배는 오전 11시15분이 되어서야 대마도에 도착했다. 바로 입국수속을 밟고는 대마도에 첫발을 내딛는다. 곳곳에 한국어로 쓰인 안내표시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제일 먼저 숙소부터 찾는 게 일이다. 걸어서 15분 정도 걸렸을까? 티아라(Tiara) 쇼핑몰 바로 옆에 있는 카키타니(Kakitani)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은 오후 4시부터라고 해서 일단 가방만을 맡기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대마도 1박2일의 대략적 계획은 이러했다.
  오늘 일단 버스를 타고 니이(仁位)로 가서 와타즈미신사(和多都美神社)와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神話の里 自然公園), 그리고 에보시다케(烏帽子岳) 전망대를 둘러보고, 내일은 이즈하라(嚴原町) 마을을 둘러보는 것이다.

 먼저 티아라 쇼핑몰 1층에 있는 버스매표소에서 니이행 버스표를 사려는데 버스비가 편도 1,620엔이다. 15:1로 환산하니 24,300원, 왕복이면 5만원 돈이 아닌가! 다른 것도 아니고 버스비용이 말이다.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깐 그곳에서 일하는 분이 관광객들은 버스 당일권을 구입하면 된다고 이야기 해 준다.(1,000엔) 니이까지는 하루에 5회 밖에 운행하지 않지만 다행히 티아라 쇼핑몰 앞(厳原)에서 오후 1시45분 차가 있다. 아직 한 시간 가량 여유가 있어 티아라 쇼핑몰 1층에 있는 Red Cabbage 마트에 들러 간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반쇼인(万松院)으로 향했다.(300엔)

  일본 3대 묘지 중 하나인 반쇼인은 역대 쓰시마 번주와 그 일족을 모셔 놓은 곳이란다. 인상적으로 와 닿은 것은 대마도에 세 그루 밖에 없다는 초대형 삼나무였다.
  나가사키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이들 삼나무는 둘레만도 5.2~7m, 높이는 35~40m에 달했다.
  다시 티아라 쇼핑몰 앞 버스정류장 앞으로 되돌아왔다. 얼마 후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문이 열리자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내려드리기 위해 버스기사가 직접 일어나 할머니를 부축해준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얼굴에 짜증이 묻어나지 않는다.
  서구 유럽과 비교해 볼 때, 버스 시스템이 장애인 편의 위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지만 그러한 부족함들을 이들 대마도 사람들은 서로의 배려로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버스에 타서는 연신 창밖으로 보이는 대마도의 풍경을 마음에 담느라 언제 니이에 도착했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아무튼 버스를 타고 오며 봤던 몇 가지 것들을 떠올려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❶ 터널 속 조명이 한국과 달리 너무 밝지 않았고, 대마도의 주도로인 국도 382호의 도로 폭은 - 영국과 같이 - 상대적으로 좁았다. ❷ 대부분의 보행도로 또한 협소하였지만 보행자가 지나갈 때에는 차량들이 속도를 자연스럽게 낮추었고, 빨간 불이 켜지자 정지선을 칼같이 지키는 이들의 운전습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❸ 국도를 지나가는 차량의 대부분은 경차였고, 웬만한 집들은 전용주차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주차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 주도로나 이면도로에 불법주차 차량을 거의 보지 못했다. ❹ 관공서는 물론이거니와 많은 집들이 담장 없는 구조로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❺ 버스 안에는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블라인드가 창마다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게 꽤 요긴해 보였다. 우리나라 버스에도 에어컨만 강하게 틀기보다 이런 블라인드를 설치하여 햇빛을 차단한다면 더욱 편리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에 다시 경상남도 소비자정책심의위원이 되면 교통정책과장에게 공식적으로 제안을 해야겠다.

  이러한 대마도의 모습은 거제도에서 잠시 살았던 나에게 있어 자연스레 거제도의 일상과 비교하게 만들었다.
  도로는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이면도로를 점령한 차량으로 인해 골목문화는 사라진지 오래된 거제도와 말이다.

  어쨌든 니이에 도착하니 오후 2시50분이다. 이즈하라로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시간이 오후 6시 5분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와타즈미신사로 가는 길을 물어 보았지만 기껏 알아낸 정보가 거기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 하지만 나에게는 3시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이제껏 쌓은 여행경험을 근거로 판단했을 때, 도보로도 가능할 것 같아 일단 걷기로 했다. 시간이 부족하면 다시 되돌아오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약 30분 정도 걸었을까? 신사의 입구를 상징하는 붉은색 대형 토리이(鳥居 / とりい)와 마주하게 되었다. 

  원래 토리이는 일상의 세계와 신성한 세계를 구분 짓는 경계인데, 여기서 마주한 대형 토리이는 에보시산 전체가 바로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다. 이 대형 토리이를 지나자 바로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친절하게 안내표시판이 있다.(와타즈미신사 800m,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 900m, 에보시산 2.6km)

  도보로 가능하다는 확신과 함께 나의 걸음은 한층 더 빨라졌다. 이윽고 와타즈미신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먼저 맞닥트린 것은 기모노를 입은 일본여인상이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본 인어공주상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단아한 모습이 매력적인 이 여인을 바라보며 ‘한평생 이런 여인과 연을 맺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덧없는’ 생각을 해 본다.

  드디어 와타즈미신사에 도착했다.
  바다의 신을 모신 해궁으로, 다섯 개의 도리이 중 두 개가 바다 위에 서 있어 조수의 차이에 따라 그 느낌을 달리하는 와타즈미신사는 이제껏 봐 왔던 신사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바로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으로 향했다. 캠프장 같은 곳이었는데 흥미를 끌만한 요인이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는 바로 에보시다케 전망대로 향했다. 여기서부터는 살짝 오르막길이다. 

  하지만 정상의 높이가 176m 밖에 되질 않아 땀이 나기도 전에 정상엘 도착했다. 대마도에서 유일하게 360도 동서남북 사면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여기서 보는 아소만(浅茅湾)의 모습이 장관이다. 오늘따라 날씨도 너무 화창해 부산의 형태도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었다. 가슴이 확 트이는 게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다시 니이로 되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다른 길이 없기에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데 때마침 석양과 마주하게 되었다. 찬바람의 틈 사이로 노을의 따스함이 온 몸에 스며들어 오는 듯 하다. 세상 어디를 가나 자연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리라.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니이의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오는데 길에서 마주친 어떤 여학생이 내게 ‘곤니찌와’(こんにちは) 하며 인사를 건넨다. 나도 응대를 했지만 왜 쟤가 내게 인사를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다른 누군가와 착각을 했나 보다. 어쨌든 니이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5시50분이다. 날은 이제 어두워지고 살결에 부딪히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버스정류장에 있는 휴게소로 들어서니 여학생 4명이 함께 어울려 셀카를 찍느라 정신이 없다. 자기들끼리 재미난 표정을 지으며 열심인 모습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짓는데 얘네들과 눈이 마주쳤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는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사진 한 장 찰칵! 

  6시가 되자 벨소리가 울린다. 승차하라는 신호였다. 얘네들과 인사를 건네고는 이즈하라행 버스에 올라타는데, 얘네들이 휴게소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 댄다. 어디를 가나 이 또래쯤의 아이들은 항상 귀엽기만 하다. 영국의 여학생들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오후 7시11분에 이즈하라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음 편히 눈을 붙인 후, 이즈하라로 와서는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다시 티아라 쇼핑몰 1층의 마트로 향했다.
  보통 이 시간이면 먹거리 세일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대하고 갔지만 고작 20% 할인을 하고 있다. 야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먹음직스러운 것들로 허기를 채우고는 이즈하라 밤거리를 둘러보았다.
  한 시간 정도 돌아다녔을까? 이제 발도 아프고 해서 익숙지 않은 조용함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잠깐 하고는 잠이 든다. 피곤은 하지만 알 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