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물원 - 서구에 의한 "야만인"의 발명
식민지 원주민들을 데려다가 “미개인” 마을(mock village)을 꾸며놓거나 쇼 무대에 올리고 동물원 우리에 가둬놓은 뒤 이들을 구경거리로 삼았던 역사의 연원은 콜럼버스(C. Columbus)가 “신대륙” 탐험의 증거로 6명의 인디언들을 스페인 왕실 궁정에 전시하였던 1492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이들을 우리(Cage) 같은 곳에 넣어 두고 구경하다가 나중에는 원주민 촌락(ethnographic villages)을 조성하여 그곳에 이들을 가두어 두고는 이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관람하였는데, 함부르크 동물원(Hamburg zoo)의 자료에 따르면, 유럽의 겨울이 다가와도 이들 “야만인”들은 지속적으로 그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대로 살기를 강요당하였기에 이들에게는 어떠한 방한복도 제공되지 않았고 결국 1908년에서 1912년까지 박람회 기간 동안 27명의 원주민(Black people)들이 추위로 인해 죽음을 당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전시는 특히 19세기 들어 대중적 오락거리로 자리 잡게 되는데, 20세기 초엽 유럽의 주요 15개 도시에는 이미 인간동물원(Human Zoo)들이 성업을 하고 있었고 이러한 전시회는 비단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국과 일본, 호주에서도 열렸다고 한다.
사학자 파스칼 블랑샤르(Pascal Blanchard)는 1810년부터 1958년까지 만국박람회나 일반박람회, 서커스, 극장 등에서 열린 이른바 “야만인” 전시회를 본 사람이 약 1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다윈(C. Dawin)의 진화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스펜서(H. Spencer)의 사회진화론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기에 당시 서구인들에게 있어 식민지 원주민들이란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1930년대 들어 영화의 본격적 출현과 대중적 관심의 변화로 인해 이러한 전시회가 조금씩 쇠퇴해지면서 공식적으로는 1958년 벨기에에서의 콩고 주민 전시가 마지막이 된다.
최근 파리에서 이러한 만행을 폭로하는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선수에서 인종차별반대운동가로 변신한 릴리앙 튀랑(Lilian Thuram)이 기획한 <인간동물원 : 야만인의 발명>(Human zoos : The Invention of the Savage)이 바로 그것이다. 2011년 11월 29일부터 2012년 6월 3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케 브랑리 박물관(Musee du Quai Branly)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에 많은 분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길 바란다.
참고자료
1. <한겨레신문> "파리서 ‘인간 동물원’ 반성 전시회"
2. <가디언> "Paris show unveils life in human zoo"
3. Exhibitions - Teaser (불어지만 동영상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