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대륙은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아르헨띠나)에 이르기까지 33개의 독립국(중미 8개국, 카리브 13개국, 남미 12개국)과 남미 북동부 및 카리브해(El Caribe)의 영국,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령 식민지로 이루어져 있다. 중남미 본토의 경우,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브라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18개국)들이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밖의 나라들은 영어(카리브 12개국), 불어(아이티), 네덜란드어(수리남)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중남미사회는 –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기준에 근거하여 – 중소득국(MICs, Middle Income Countries)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단일작물에 국가 경제의 존망을 걸고 있는 온두라스와 같은 나라가 있는가 하면,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에 가입한 멕시코나 칠레와 같은 나라도 있고 2013년 1분기 국내총생산량(GDP, Gross Domestic Product)이 영국을 제치고 세계 6위에 오른 브라질과 같은 나라도 있을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형과 자연 또한 다양성을 자랑한다. 멕시코의 드넓은 평원과 함께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는가 하면, 남미대륙에는 험준한 안데스(Andes) 산맥과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El Amazonas)이 버티고 있다. 게다가 모든 여행자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과 '바람의 땅'으로 알려진 빠따고니아(Patagonia), 그리고 빙하에 이르기까지 중남미대륙의 풍요로운 자연세계는 이들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어우러져 차츰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간직한 중남미이지만 이들만의 서글픈 동질성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의 상징인 1492년 이후, 중남미사회는 유럽에 의한 착취와 수탈의 식민통치를 겪으면서 철저히 유럽에 종속된 사회경제구조로 고착화되었다. 물론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1821)의 스페인 침공(1808년)으로 중남미에서 스페인의 입지가 약화된 틈을 이용해 대부분의 중남미국가들이 독립을 쟁취하게 되지만, 이때 중남미국가들의 '독립'은 엄밀한 의미에서 유럽에서 건너 온 서양인(Peninsular)과 중남미에서 태어난 서양인(Criollo)과의 갈등 사이에서 중남미 토착 서양인인 끄리오요가 승리한 것에 불과하다.
독립을 쟁취한 끄리오요들은 - 프랑스혁명의 영향을 받아 –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헌법에 명시하였지만 원주민들의 실질적 신분 상승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희생의 중심에 서 있던 중남미 원주민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들을 지배하던 세력이 바뀌었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독립 이후에도 중남미사회는 19세기 유럽의 신흥제국들과 20세기 미국으로 대표되는 외세로부터 끊임없는 간섭과 지배를 받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중남미사회는 인구 6억 명의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5%대의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아시아를 잇는 '제2의 신흥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2010년에는 한국이 중남미국가들을 상대로 21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중남미는 한국의 대표적 무역수지 흑자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한 국내 언론매체에서는 '무역 엘도라도'(Eldorado, 황금의 나라)라는 타이틀을 붙여 중남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 국한되긴 했지만 말이다. 1
이 글은 2013년 4월 29일자 <오마이뉴스 - 사는이야기 - 여행>에 함께 기재되었습니다.
- 아쉽게도 중남미의 경제성장은 실질적인 빈곤 감소와 소득불균형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못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