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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예술산책

영화따라잡기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영화따라잡기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1940년 이란 테헤란 태생.
  테헤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영화타이틀 디자인과 CF제작에 참여했다.
  1969년 아동지능 개발연구소에 입사하면서 어린이들의 교육,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70년부터 시작한 단편/장편의 다큐멘타리와 극영화 대부분은 어린이를 소재로 하고 있다.
   또한 뉴웨이브를 지향하는 후배감독들을 지원하며 이란영화의 국제적인 명성을 공고히 다지는데 노력하고 있다. 

  대표작으론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987년),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1992년), <올리브나무 아래서> (1994년), <체리 향기> (1997년),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1999년), <텐> (2002년) 외에도 최근작으로는 <쉬린> (2008년), 사랑을 카피하다 (2010년) 등이 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년, 이란, 82분)


  “영화를 찍는 동안, 영화에 출연했던 코케지방 사람들과 너무 정이 깊어져 나중에는 헤어지는 것이 힘들어졌다. 이런 이유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이어 <그리고 삶은 계속되고>가 만들어졌고 또 <올리브 나무 사이로>가 탄생했다. 앞으로도 이런 작업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카메라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내겐 더 소중하고 흥미롭다. 카메라 뒤에서의 삶은 경이롭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이것을 컨트롤하고 재배치해야만 하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고 고통스럽다. 카메라의 기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짜 맞추어진 삶은 썩고 말라서 죽어버리는 나무와 같다.”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격찬을 받으바 있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작품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 '영화 예찬론'이라기보다는 - '삶 예찬론'을 표방하고 있는 그의 따뜻한 시선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인 듯싶다.
  이러한 키아로스타미 영화의 특징으로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들 수 있는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도 그의 카메라는 이란 북부 코케지방 사람들의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을 조용히 뒤따라가고 있다.
   한번쯤, "도대체 친구의 집을 찾기는 찾는 거야?"라고 엉덩이를 뒤척이게 만들 정도로 철저히 이야기의 결과보다는 이야기 과정 자체를 따라가고 있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길을 따라 갔더니 아무것도 없더라”는 것이 아니라, 그 길 도중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영화의 말미에서는 우리에게 조그마한 감동을 안겨주는데, 그것은 바로 이 영화가 '머리'로 만든 게 아니라 '마음'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리라.

  “가령 난 아이들을 카메라 앞에서 자유스럽게 놀도록 해 줍니다. 그런 다음 아이들을 다독거려 이끌고 가끔씩은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런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 강렬한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어떤 때는 아이들이 내 작업을 수정해 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강하고 독립적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이들은 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때때로 아이들을 포함한 비직업 배우들은 나를 놀라게 합니다. 물론 모든 일에는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항상 모든 일이 규칙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삶입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비직업 배우들을 썼습니다.” - 『씨네21』 1995년 12월12일자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비직업 배우들이다. 그렇기에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우리는 '실제 삶을 연기하는' 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때려야만 한다는 할아버지의 교육관, 문틀 하나에 삶을 바쳐온 할아버지, 합리적인 이유를 대어가며 아이들에게 규칙을 가르치는 선생님, 숙제를 마치고 놀아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하는 어머니, 여러 가지 입장에 부딪치는 아이의 모습 역시 꾸며내었다고 보기 힘든 사실감을 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에서 그토록 자연스럽게 연기한 아이들 대부분이 자기가 무슨 연기를 하는지도 모르고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키아로스타미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서, 키아로스타미는 스텝인척 가장하고 아이들을 달래고 속이며 그 장면에 필요한 느낌들을 순간순간 잡아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키아로스타미는 어린이들의 시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그들의 느낌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여과없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Tip 하나)
  영화 속에서 보면 주인공 아마드는 이 영화에서 계속 달리게 된다. 아마드가 달리는 두 마을 사이에는 언덕이 있고 그 언덕 꼭대기에는 나무 - 이란문학속에서 우정을 상징 - 가 있다.(위의 사진 참조) 여기서 우리는 끊임없이 달리는 아마드를 통해 '우정'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