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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세계스케치

경찰 차벽, 적어도 법리상으로는 그러하다네요.

경찰 차벽, 적어도 법리상으로는 그러하다네요.

 

   2015년 4월 16(목)과 18일(토), 양일간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범국민대회에 172개 부대, 약 1만3700명의 대한민국 경찰들이 470여대의 차량을 동원해 대거 참여하였습니다. 물론 추모제에 동참한 것이 아니라 ‘질서유지’를 위해 6중의 경찰 차벽을 설치한 것이지요.

  문제가 되고 있는 경찰 차벽과 관련하여, 이미 2011년 6월30일 헌법재판소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을 언급하며 ‘급박성은 당해행위를 당장 제지하지 아니하면 곧 범죄로 인한 손해가 발생할 상황이라서 그 방법 외에는 결과를 막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일 경우’라고 해석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헌재는 <과잉금지원칙>에 입각하여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확인하였습니다.(서울특별시 서울광장 통행저지행위 위헌확인, 지정재판부 2009헌마406)

  모두가 알다시피 참사 1주년 추모행사에는 진상규명에 미온적인 박근혜 정부에 대한 원망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 정부에 대한 규탄적 성격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는 정부시행령 폐기와 온전한 선체인양을 촉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디에도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만한 요인들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자랑스런 대한민국 경찰'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아주 치밀하게 차벽으로 광화문광장 일대를 둘러쌌습니다. 절박한 상황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형법> 185조에 의하면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벽을 설치한 경찰의 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인 것입니다.

  비약이 아닙니다. 법(法)이라는 것이 갈 거(去)라는 글자에 물 수(水)라는 글자가 덧붙여진 것 아닙니까? 적어도 물이 흐르는 것처럼 순리적으로 법리를 해석하면 당연한 귀결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날 차벽을 설치하고 있던 경찰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형법> 제211조 제1항에 근거해 볼 때,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현행범인이 되는 것이죠. <형사소송법> 제212조에 의하면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까지 할 수 있도록 허(許)하고 있습니다. 물론 힘없는 백성이 어떻게 철갑을 두른 대한민국의 경찰을 체포할 수야 있겠습니까? 상상도 못할 일이죠.

  물론 경찰들은 주장합니다. 힘없는 백성들이 조금만 '허튼 짓'을 해도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형법> 136조에 의하면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판례에 의하면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게 대항하여 폭행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무집행방해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고 하네요.(대법원 1994.9.27 선고 94도886 판결) 그렇다고 감히 우리가 경찰을 때릴 수야 있겠습니까? 적어도 법리상은 그러하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