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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넓히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제조건, 사회 전반의 'Great Reset'

 

코로나19는 이미 충분히 불평등한 세상을 재차 공격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가난하면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이러한 불평등은 약탈적 경제시스템의 산물이며, 이 시스템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뿌리고 두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 2020)이 발간한 『Poverty and Shared Prosperity 2020: Reversals of Fortune』에 의하면, 전 세계 상위 1,000명의 억만장자(주로 백인 남성)의 경우,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자산을 회복하는데 고작 9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옥스팜(OXfam, 2021)은 전 세계 대부호들 중 상위 10명의 자산이 2020년 3월부터 약 9개월 동안 총 5천 4백억 달러 증가하였고, 이 증가분만으로도 이 땅의 모든 사람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이들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강력한 국가의 귀환이 요청되는 가운데, 세계은행(2020)은 각국의 정부가 불평등을 연간 2%p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3년 안에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계산하였다.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돌이켜보면, 각국의 정부는 적극적 시장개입과 케인즈주의적 해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였지만 국가채무와 국가신용등급 강등 등을 우려해 복지제도 축소, 공공지출 감축, 부자와 기업 감세 등 다시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으로 회귀하였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가 바로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의 부조리를 일컫는 말이다.

안타깝지만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여전히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자본과 기업의 헤게모니가 압도적으로 강고하기 때문에 다시 기존의 체제로 선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즈는 재분배, 기본소득, 부유세 등을 언급하면서 지난 40년간 지배적이었던 정책 방향을 뒤집는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하였고, 세계경제포럼(Davos Forum)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의장도 수십 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경제, 정치,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Great Reset’을 주장하였다. 미래는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달려 있다. 

참조
Financial Times. 2020. Virus lays bare the frailty of the social contract.
K. Schwab. 2020. We must move on from neoliberalism in the post-COVID era. World Economic Forum.
Oxfam. 2021. The Inequality Virus. (국문 요약본) “불평등 바이러스”.
World Bank. 2020. Poverty and Shared Prosperity 2020: Reversals of Fort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