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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의 현장, 키노쿠니 어린이마을

대안교육의 현장, 키노쿠니 어린이마을


 

  1992년에 문을 연 일본의 자유학교 키노쿠니 어린이마을은 영국의 "섬머힐"의 정신과  "듀이의 교육방법론"을 접목시킨 학교이다.
  그래서인지 글쓴이 호리 신이치로는 『키노쿠니 어린이마을』 한국어판 서문에서 “섬머힐학교”를 세운 니일(A.S Neill)과 교육철학자 듀이(John. Dewey)의 말을 인용한다.

  "가장 훌륭한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웃는 교사이고, 가장 나쁜 교사는 아이들을 비웃는 교사이다." - 니일
  "1온스의 경험은 1톤의 이론과 같다." - 듀이

1.
  먼저 글쓴이 호리는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것은 아이들이 진정한 자유인으로 자라도록 돕는 일이 아닐까? … 곧 감성면에서나 지성면에서나 사회성면에서나 진정 자유로운 인간으로 자라는 일을 돕는 일을 목표로 해야 한다.” (174쪽)
  이는 키노쿠니 학교의 이상(理想)이 “자유로운 아이”라는 것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187쪽)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첫째, 감정적으로 해방된 아이(감정의 자유)로서, 내면의 억압이나 불안에서 자유(해방)로워지는 것이다. 둘째,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태도와 능력(지성의 자유)을 지닌 아이로서, 권위에 기대거나 사회풍조나 고정관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셋째, 함께 사는 즐거움(자유로운 사회성)을 아는 아이로서, 자립한 자아에 기초를 둔 자기주장과 동시에 이웃들과의 풍부한 대인관계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일컫는다. (174~175쪽)

2.
  하지만 우리의 교육현실로 돌아가 보자. 글쓴이 호리가 언급하듯이 시스템교육(제도교육)의 문제는 ① 학교의 주인이 아이들이 아닌 교사라는 점과 ② 그런 교사가 중심이 된 수업에서 학생수가 많은 학급일 경우, 아이들의 개성이나 개인차가 거의 무시된다는 점, 그리고 ③ 학습내용에서 체험이나 생활의 요소가 거의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를 요약하면 교사중심주의(관리주의), 획일주의, 교과서중심주의의 문제로 표현할 수 있다.(175쪽) 여기서 호리는 우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170쪽)

  어느 중학교의 수학시간.
  인수분해를 배우는 시간이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몇 차례 주의를 받았는데도 주의산만하게 잡담을 하고 있다. 교사가 참다못해 “수업을 방해하는 놈들은 나가” 하고 소리쳤다. 세 학생이 교실에서 일어나 나갔다. 그런데 복도에는 교실에서 튀어나온 학생을 잡는 순찰교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때의 대화다. 

     “이놈아, 수업 중에 밖에 나오면 안 돼.”
     “수업을 듣고 있어도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알 수 없어도 교실에 앉아 있어야지.” 
      ⋮
     “우리에게 자동차 정비나 뭐 그런 것 가르쳐주면 공부 잘 할 텐데요.”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3. 
  이와 달리 글쓴이 호리가 꿈꾸는 학교는 "교사의 관리 대신 아이의 자기결정이나 자유로운 선택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획일적인 학습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 하나하나의 개성을 존중하고, 지식전달보다는 구체적인 생활이나 창조를 매개로 한 학습을 중요시하는 학교"이다(171쪽).
  결국 이러한 학교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가져온다(176쪽).

  ① 교사중심주의 → 자기결정의 중시(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선택한다.)
  ② 획일주의 → 개성 존중(한 사람 한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 다양하게 학습한다.)
  ③ 교과서 중심주의 → 체험학습(행함으로써 배운다.)

  이는 ① 아동의 본성에 따라, ② 아동의 흥미를 존중해야 하며, ③ 내용과 목적은 분리될 수 없고, ④ 개별화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과 ⑤ 자발적인 자기표현을 중시할 것, 그리고 ⑥ 교사와 아이들은 능동적으로 상호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듀이의 교수학습형태와 일맥상통한다. 이러다보니 키노쿠니에서는 교육평가의 대상이 아이가 아니라 교사 자신이 된다. 여기에 대해 호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교육에서 평가의 대상은 아이가 아니라 교사 자신이다. 평가의 본래 목적은 교사가 자신의 교육활동의 성과를 점검하고 자기의 계획이나 방법에 대해 반성하고 한층 더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다. 만일 어떤 교실에서 수학 평균점이 65점이라 한다면 그것은 아이들이 65점이라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가르치는 방법이 65점이라는 뜻이다.”(186~187쪽)

4.
  키노쿠니 어린이마을은 바로 이러한 글쓴이 호리의 꿈이 실현되고 있는 장(場)이다. 이곳의 생활과 학습의 기본원칙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자기결정, 개성, 체험이다.(66쪽) 이로 인해 키노쿠니 어린이마을은 일반 학교와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것들이 없다.(4-5쪽)

  첫째, 프로젝트를 통한 체험학습을 근간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기에 국어, 과학, 산수, 사회 같은 교과 이름이 없다. 둘째, 관심분야에 따라 수평적으로 학급을 편성하기에 1학년이니 5학년이니 하는 학년이 없다. 셋째, 학교 직원은 누구나 아이들에게 ‘∼상(씨)’이나 별명으로 불리기에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어른이 없다. 넷째, 시험이나 숙제가 없다. 다섯째, 공동체생활 속에서 인간관계 기술을 자연스럽게 배워나가기에 도덕교육이 없다. 여섯째, 지역사회는 교실의 연장이기에 교문도 담도 없다. 일곱째, 어른들의 급료에도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말하면 키노쿠니 어린이마을은 이런저런 벽이 없는 학교인 것이다. 하지만 키노쿠니에는 일반 학교에서 보기 힘든 삶과 앎에 대한 열정이 있고, 기쁨이 있다. 

5. 
  마지막으로 글쓴이 호리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반문한다. “수험공부에 소중한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빼앗긴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되는 것일까?”(164쪽) 그러면서 글쓴이 호리는 다음과 같이 말을 맺는다.  

  “나는 키노쿠니에 다니는 아이들이 15명 있다면 그 15명이 저마다 다른 길로 나가기를 바란다. 일류 학교라는 곳으로 가는 아이가 있어도 좋고, 외국에 나가는 아이, 도자기 굽는 곳에 도제로 들어가는 아이, 자동차 정비소로 들어가는 아이, 아버지의 일을 보고 배우는 아이, 한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인생을 관찰하려고 하는 아이, 이처럼 다양하게 살기를 바란다. 만일 잘못되어 아이들 모두 똑같이 수험준비에 열을 올려 시험에 합격해 세간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면 나는 실망할 것이다.”(179쪽)

  “아무튼 아이들이 ‘산다는 일은 멋지다. 인생은 이렇게 즐겁다.’고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189쪽) 

  2008년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