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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예술산책

작품분석 - 오슨웰스의 시민케인

작품분석 - 오슨웰스의 시민케인

 

시민케인 (Citizen Kane)


감독 ㅣ 오슨웰스
촬영 ㅣ 허먼 맨키비츠, 오슨 웰스
출연 ㅣ 오슨 웰스, 조셉 코튼, 도로시 코밍고어, 아그네스 무어헤드 
미국 / 1941년작 / 119분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RKO사는 1928년 은행가 죠셉 케네디(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와 RCA사와 NBC방송의 사장이었던 데이비드 사르노프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러나 케네디는 약 5백만 달러의 이익을 얻고는 곧 손을 뗐고 RKO사는 계속된 경영진의 교체와 이로 인한 일관적 정책의 부재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즉 RKO에는 일관성이나 독특한 스타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르노프는 넬슨 록펠러와 동업을 하고는 세련되고 진보적인 영화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술적인 가치와 흥행적 성공은 쉽게 일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쉐퍼가 웰스를 고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들고 왔을 때, 사르노프와 록펠러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흥행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고급영화를 제작하는 데는 이 젊은 천재, 브로드웨이와 라디오에서 이미 대성공을 거둔 바 있는 웰스야말로 적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RKO 영화사는 24살의 웰스에게 영화 한 편당 15만 달러와 총 입장수입의 25%를 보장한다는 전대미문의 계약조건을 제시했다. 또한 어떤 영화든 제작자, 감독, 각본, 혹은 주연을 맡을 수 있었으며 원한다면 이들 네 가지 역할을 모두 맡을 수도 있게 했다. 
  웰스 또한 머큐리 극단이 파산한 상태였고 영화를 통해 짧은 시간 동안 현금을 벌어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머큐리 극단을 재건하자는 생각에서 그는 이 수락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 <시민케인>이었다.

  영화의 촬영은 철저하게 비밀 속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이 당시 언론대부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 1861-1951) 회장에 관한 허구가 가미된 전기영화였기에 허스트 신문사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다.

  또한 허스트의 심복이며 영화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던 MGM의 루이스 메이어에게서 ‘만약 네가필름을 파기한다면 제작비용과 약간의 이익금을 합쳐 배상하겠노라’는 제시를 받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KO사는 모험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나 <시민케인>은 평론가들의 엄청난 찬사에도 불구하고 흥행 면에서 실패를 하였다. 더불어 웰스의 두 번째 작품인 <위대한 앰버슨 가>(The Magnificent Ambersons) 또한 엄청난 우여곡절 끝에 개봉되어 흥행에서 실패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RKO는 경영진을 교체했고 웰스와 쉐퍼는 회사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내용 따라잡기


1. 프롤로그 - 재너두, 케인의 죽음, “로즈버드”

2. 뉴스릴 - 케인의 죽음, 엄청난 부와 퇴폐적인 생활방식, 상반된 정치적 이미지, 에밀리 노튼과의 결혼, 스캔들의 폭로, 이혼, 가수 수잔 알렉산더와의 결혼, 선거 출마, 오페라 경력, 대공황과 케인의 경제적 몰락, 재너두에서의 고독한 은둔생활의 노년

3. 전제(premise) - 톰슨은 신문편집국장에게서 로즈버드에 관한 미스터리를 캐기 위해 케인의 예전 동료들을 만나라는 지시를 받는다. 하지만 톰슨은 케인의 두 번째 아내인 수잔에게 거절당한다.

4. 회상(월터 대처의 회고록) - 케인의 유년기, 대처가 케인의 후견인이 됨, 케인의 첫 번째 신문인 인콰이어러, 번스타인과 르랜드 등장, 신문의 번성기, 1930년대 케인의 경제적 쇠퇴

5. 회상(번스타인) - 인콰이어러 신문사에서의 초창기, "권리장전" (Declaration of Principles), 출판왕국의 건설, 에밀리 노튼과의 약혼

6. 회상(제드 르랜드) - 에밀리와 결혼생활의 불화, 수잔을 만남, 1918년 선거 출마, 스캔들 폴로, 이혼, 수잔과의 결혼, 수잔의 오페라 경력, 케인과 르랜드의 결별,

7. 회상(수잔 알렉산더 케인) - 오페라 데뷔와 경력, 자살기도, 재너두에서의 케인과의 반 은둔생활, 케인과의 이별

8. 회상(재너두의 집사 레이먼드) - 케인의 마지막 날들, “로즈버드”

9. 결말 - 로즈버드의 확인, 처음의 프롤로그로의 복귀

10. 배역진과 스탭 크레디트

형식 따라잡기

 

0.
  시민케인은 형식주의의 걸작이라 말할 수 있다. 어지럽게 움직이는 쇼트들, 고도로 질감을 느끼게 하는 음향, 변화무쌍한 편집스타일, 장식적 화면, 고도로 분절화 된 내러티브, 그리고 마구 뒤섞인 상징적 모티브 등에서 이러한 화려한 기교가 잘 드러난다. 그러나 딥 포커스, 로우 키 조명, 풍부한 질감, 대담한 구도, 전경과 배경간의 역동적인 대조, 배후조명, 천장까지 보이는 세트, 측면 조명, 가파른 경사 앵글,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병치된 서사적 롱 쇼트들, 현란한 크레인 쇼트, 그리고 다양한 특수효과들 중 어느 것 하나도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기술들을 총집결시킨 예는 이전에 없었으며 이처럼 다채롭게 사용된 경우도 없었다. 여기서는 간략하게 이러한 형식적 측면들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1.
  먼저 케인의 삶의 여정에서 드러나는 부분들로서, 웰스는 케인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다루는 씬들에서는 하이 키 조명을 쓰면서 카메라를 주로 근접거리, 즉 개인적, 사회적인 유효접근 거리 내에 위치시킨다.(동적인 카메라)
  반면 케인이 노년기로 접어들어 가면서 점차 냉소적인 인간으로 변해가는 씬들에서는 조명이 차츰 어두워지고 명암대조 또한 점점 더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카메라의 롱 쇼트는 노년의 케인을 먼 거리에 고립되게 만들어 놓는다.(정적인 카메라) 대저택 재너두 또한 마치 끝없는 밤으로 기울어지는 듯이 보인다. 오직 스포트라이트만이 어둠 속을 꿰뚫고 다니며 의자와 소파, 영웅 상들의 윤곽을 드러낼 뿐이다. 지배적인 분위기는 스산하고 비밀에 싸여 있는 듯하다.
  이러한 조명은 케인의 얼굴을 반쪽으로 나누어, 한쪽은 밝게 다른 한쪽은 어둡게 비춤으로써 품위와 타락이라는 케인의 이중성격을 암시하기도 한다. 특히 케인이 - 독자들에게 시민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정직하고 줄기차게 옹호해 갈 것임을 선언하는 - “원칙 선언문”에 서명하려고 몸을 숙일 때 그의 얼굴이 갑자기 어둠 속에 잠기는 것은 후일 케인의 성격이 정반대로 변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2.
  또한 화면구성에 있어서 영화의 대부분 이미지들은 프레임 속에 꽉 짜여져 있고 ‘닫힌 형식’(closed form)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이미지의 대부분은 전경과 중경, 후경 전체에 걸쳐 중요한 정보를 담고 심도 있게 구성된다. 그 한 예로서 수잔이 자살을 기도하는 씬을 들 수 있다. 이 씬을 분석해 보면 수잔은 독약을 먹고 어둠이 반쯤 깔린 방안 침대에 혼수상태로 누워있다. 화면 아랫부분의 클로즈업 영역에서는 빈 유리잔과 약병이 놓여 있고, 화면 중간의 미디엄 영역에는 수잔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다. 그리고 화면의 윗부분에서는 케인이 문을 두드리다가 힘으로 열어젖히고 방으로 들어온다. 이 같은 화면구성이 의미하는 내용은 ① 치사량의 독약이 복용되었고, ② 수잔 알렉산더 케인이 이 약을 먹었으며, ③ 이는 케인의 비인간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3.
  <시민케인>에서 늘 언급되는 장면들이 있다. 특히 유년시절, 딥 포커스 쇼트로 찍혀진 장면은 대단히 유명하다.

  이 장면은 - ① 전경의 테이블과 거기 앉아 있는 어머니와 대처, ② 케인의 아버지, ③ 거실의 뒤쪽 부분, ④ 창 밖으로 보이는 케인의 모습 - 4단계의 심도로 촬영되었다.
  카메라는 화면을 수직선상으로 이분화 시키면서 대처와 어머니에게 개인적 거리를, 케인의 아버지에게는 사회적 거리를, 그리고 케인에게는 공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케인의 첫 번째 아내인 에밀리와의 점차 식어가는 애정을 표현한 아침식사 장면도 빠트릴 수 없다. 여기서 웰스는 처음에 동등한 미디움 쇼트를 통해 그들의 친밀감을 보여준다. 

  그러나 점차 웰스는 그들 두 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경우에조차 각자의 쇼트를 커트로 분리시킴으로써 이들의 관계가 이전과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시퀸스의 마지막은 롱 쇼트로 끝나는데 이를 통해 웰스는 두 사람사이에서 몇 년에 걸쳐 일어난 거리감을 단 몇 분으로 압축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내용 한꺼풀 벗기기


0.
  영화는 라깡의 정신분석이론으로 접근할 수 있다.
  케인의 유년시절, 그의 가정은 어머니가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문화적 상징체계로 진입해야 하는 어린 케인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현실의 무능력한 아버지는 결코 상상계의 영역에서 어린 케인을 끌어내어 상징계로 전환시킬 수 없다. 어린 케인을 어머니로부터 떼어 놓기 위해서는 더 막강한 권력을 지닌 누군가의 영향력, 즉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 행사할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은행가 대처의 등장은 필연적인 것이 된다. 무능력한 케인의 친아버지는 대처에게 그의 자리를 내어준다. 그러나 악수를 청하는 대처를 경계하며 케인은 자신이 들고 있던 썰매(로즈버드)로 그를 떠민다. 여기서 그 썰매라는 것은 곧 새롭게 권력을 휘두르며 등장한 교체된 아버지에 대한 그의 최초의 방어수단이 된다. 이렇듯 대처에 대한 케인의 반감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청년이 되어서도 케인은 그의 작은 규모의 인콰이어러 신문사를 통해 기업합동과 얼 스트리트, 경찰, 대중운송회사의 비리 등을 폭로한다. 이것은 곧 체제에 대한 거부이자 저항인 동시에 그것들을 상징하는 그의 대리부(代理父), 대처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이는 대처가 외디푸스 각본에 의해 어머니와 케인 사이를 분리시키기 위해 등장한 훼방꾼이기 때문이다. 케인은 대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이 싫어하는 것은 뭐든지 할 것이오.”

  그러나 아들은 다시 아버지가 되는 법, 케인 역시 ‘아버지’가 되어간다. 그는 대처에 대항했지만 결국 그의 자리를 물려받았고 그와 같은 권력을 행사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의 언어와 상징들을 배웠고 ‘아버지화’ 되어간 것이다. 그는 이제 또 다른 대처이다.

  스토리구성에 있어 흥미로운 것은 장성한 케인이 수잔과 만나게 되면서부터이다. 수잔은 그에게 있어 어머니이고, 현재로의 흐름이 필요 없는 과거이며, 잃어버린 상상계를 상징한다.

  그렇기에 케인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결합을 금지당하고 상징계로 쫓겨난 케인은 이제 그가 어머니로 발견한 수잔과는 단절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수잔을 상상계에 머무르도록 허락하지 않고 상징계로 이끌려고 한다. 
 
  이제 수잔은 그의 아들이 된다. 아버지(케인)는 아들(수잔)을 상징계로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는 재능없는 수잔을 치장하고 오페라하우스를 지어주고, 강요하여 무대에 서게 한다.
  그러나 그녀는 케인에 의해 실컷 물신화된 채 상징계로 진입하지 못한다. 언제나 그렇듯 여성은 상상계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수잔은 케인 곁을 떠난다. 이제 더 이상의 전수는 없다. 세습은 끝났다. 군주는 오직 케인뿐, 그는 결국 쓸쓸한 최후를 맞이한다.

1.
  영화의 압권은 이러한 케인의 일생이 누군가의 기억에 의해 단편화된 파편으로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분절 모티브) 다시 말해, 사회 속에서 타자에 의해 사고되고 규정되는 케인만이 존재할 뿐, 타자를 부정한 개인적인 케인의 모습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케인의 분절된 형상은 영화 속에서 수잔이 퍼즐 맞추기를 하는 장면이나 수잔이 떠난 후 케인이 복도를 지날 때 무한대로 비쳐 보이던 거울 속의 분산된 케인의 모습으로 상징화되고 있다. 어쩌면 웰스는 케인의 원형을 분절된 모습으로만 보여줌으로써 해석학적 측면에서 한 개인의 완전한 진실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웰스는 관객에게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을 명시적으로 인식시킴으로써 이러한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하튼 이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은 다른 사람들이 케인의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팻말이기도 하다.

2.
  영화를 이끌어가는 매개체는 바로 ‘로즈버드’라는 화두이다. 그러나 웰스는 관객들이 흥미진진한 극적인 의문을 품도록 만들기 위해 집어넣은 단순한 플롯상의 속임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로즈버드는 프로이드의 입장에서 볼 때 상실에 관한 보다 일반화된 상징으로서 미처 피지 못한 장미 꽃봉오리를 뜻한다. 이는 모든 것을 소유했지만 잃어버린 어린시절 만큼은 다시 찾을 수 없는 케인의 상실된 어린시절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어린시절의 상징은 그가 죽을 때 들고 있었던 유리구슬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이 유리구슬의 깨어짐은 도달할 수 없는 그의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의 상징이기도 하다.
 
3.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의 미국은 대공황을 겪었고,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부작용이 사회전반에 걸쳐서 팽배해 있었다. 그렇기에 <시민케인>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30년대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에서 나타난 좌파적 경향으로 나타난다.

  ① 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될 수 있다.
  ② 20세기 초 40여년 간의 미국 사회경제체제에 존재했던 고착상태를 공격한다.
  ③ 신비화된 권력의 실상을 파헤치고, 여론형성에 있어서의 미디어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④ 어떤 방식으로든 권력과 부가 손을 잡으며, 사회적 하층계급의 개인들을 어떻게 착취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⑤ 억압되고 희생되는 사람들, 특히 여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⑥ 환경이 어떻게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⑦ 철저히 유물론적 입장을 취함으로써 종교나 초자연적 현상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